AI는 준비됐지만, 포렌식 현업 실무는 준비됐을까요?# AI는 준비됐지만, 포렌식 현업 실무는 준비됐을까요 AI의 발전 속도는 정말 빠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AI는 보안 업무에서 보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도구 정도로 이야기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단순히 글을 정리하거나 복잡한 내용을 요약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업무 과정에서 놓칠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하고 판단을 보조하는 단계까지 올라왔다고 느낍니다. 보안 분야도 예외는 아닙니다. AI는 공격자에게도, 방어자에게도 모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공격자는 더 빠르게 정보를 찾고, 더 쉽게 공격을 시도하며, 더 많은 대상을 상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방어자 역시 AI를 활용해 탐지와 대응, 분석의 효율을 높이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사고 사례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고, 분석해야 할 데이터의 양도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흐름 속에서 포렌식 분석가는 AI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저는 AI가 포렌식 분석가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분석가를 보조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이미 올라왔다고 생각합니다. 반복적인 정리 작업을 줄이고, 복잡한 내용을 빠르게 훑어보며, 분석 과정에서 참고할 만한 관점을 얻는 데에는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바로 현실적인 고민이 생깁니다. 문제는 AI의 성능이 아닙니다. 침해사고 포렌식 실무에서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습니다. **우리가 실제 사고 데이터를 AI에게 보여줄 수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포렌식 분석가는 생각보다 쉽게 답하기 어렵습니다. AI가 얼마나 뛰어난지와 별개로, 우리가 다루는 데이터의 성격이 일반적인 업무 자료와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 AI를 쓸 수 있다는 것과 써도 된다는 것은 다르다 AI가 발전하면서 많은 업무에서 활용 가능성이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개발 업무를 예로 들면, 회사의 소스코드를 AI에 입력해 코드 리뷰를 받거나 오류를 찾는 방식이 이미 논의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보안 정책과 내부 규정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소스코드는 기본적으로 회사의 자산입니다. 회사가 허락하고 적절한 조건이 갖춰진다면, AI 활용 여부를 조직 차원에서 결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침해사고 포렌식은 조금 다릅니다. 포렌식 분석가가 다루는 데이터는 단순히 고객사의 파일이나 서버 정보만이 아닙니다. 사고가 발생한 시스템 안에는 고객사의 업무 정보뿐 아니라, 그 고객사의 고객 정보까지 포함될 수 있습니다. 개인정보, 접속 기록, 서비스 이용 내역, 내부 계정 정보, 업무 문서, 사고 당시의 흔적들이 모두 뒤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 정보가 유출된 사고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분석가는 사고가 발생한 서버를 확인해야 합니다. 무엇이 유출되었는지, 언제부터 문제가 있었는지, 어떤 경로로 접근이 이루어졌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AI에 입력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문제는 단순히 고객사의 허락만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 데이터 안에는 고객사의 고객 정보, 즉 제3자의 정보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객사는 분석을 위해 자료 제공에 동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포함된 제3자의 정보까지 AI에 입력해도 되는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결국 분석을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사고 데이터를 외부 처리 환경에 넘길 수는 없습니다. 이 지점에서 포렌식 분석가는 일반적인 AI 활용과는 다른 고민을 하게 됩니다. AI가 얼마나 똑똑한지, 결과가 얼마나 빠른지, 얼마나 편리한지는 그다음 문제입니다. 그 전에 이 데이터를 AI에게 보여줘도 되는지부터 판단해야 합니다. ## 사고 데이터는 단순한 자료가 아니다 침해사고 데이터는 일반적인 업무 자료와 성격이 다릅니다. 그 안에는 사고의 원인과 피해 범위를 밝히기 위한 단서가 들어 있습니다. 동시에 고객사의 내부 정보, 고객의 개인정보, 조직의 보안 수준, 취약했던 지점, 공격자가 남긴 흔적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분석가에게는 그것이 필요한 자료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매우 민감한 정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사고 데이터는 하나하나를 따로 보면 단순한 로그나 파일 경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여러 정보가 연결되는 순간 사고의 전체 맥락을 드러내는 자료가 됩니다. 더 어려운 점은, 무엇을 제거해야 안전한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개인정보처럼 눈에 보이는 값만 지운다고 해서 사고 데이터가 안전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고의 흐름, 내부 구조, 접근 경로, 특정 시스템의 이름이나 위치 같은 정보도 상황에 따라 충분히 민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격자가 입력한 Payload에는 실제 개인정보 값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포함된 테이블명, 컬럼명, 조회 조건만으로도 어떤 데이터가 공격 대상이었는지 추정할 수 있습니다. 분석가에게는 중요한 단서이지만, 외부에 노출되면 고객사의 데이터 구조나 취약 지점을 드러내는 정보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사고 데이터는 단순히 “분석을 위한 입력값”으로 볼 수 없습니다. 그 데이터는 사고의 맥락이고, 증거이며, 누군가의 정보이고, 고객사의 신뢰와 연결된 자료입니다. 그래서 포렌식 분석에서 AI를 활용하는 문제는 일반적인 생산성 도구 도입과 다르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I가 도움을 줄 수 있는지보다 먼저, 그 도움을 받기 위해 어떤 데이터를 보여줘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 AI가 분석했다면, 그 결과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 또 하나의 고민은 AI가 만들어낸 분석 결과입니다. 포렌식 분석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만이 아닙니다. 분석가는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자료를 보고,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근거로 결론에 도달했는지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침해사고 분석 결과는 때로 고객사의 대응 방향을 결정하고, 법적 분쟁이나 책임 판단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중요한 분석 내용을 AI가 정리했다면 어떨까요. AI가 제시한 결과가 맞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AI가 없는 사실을 그럴듯하게 만들어내지는 않았는지 어떻게 검증할 수 있을까요. 같은 자료를 다시 보았을 때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결과를 보고서나 분쟁 상황에서 설명해야 한다면, 분석가는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요. 물론 분석가가 AI 결과를 그대로 믿고 사용할 일은 없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AI의 결과가 그럴듯할수록, 오히려 더 조심해야 합니다. 문장이 자연스럽고 설명이 매끄럽다고 해서 그것이 곧 검증된 사실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포렌식 분석에서 중요한 것은 그럴듯한 해석이 아니라, 확인 가능한 근거입니다. AI는 참고할 수 있지만, 최종 판단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AI가 제시한 내용이 유용해 보이더라도 분석가는 다시 원본을 확인하고, 실제 근거와 맞는지 검증한 뒤, 자신의 판단으로 결론을 내려야 합니다. 이렇게 보면 AI는 포렌식 분석가의 일을 줄여주는 동시에, 새로운 검증 책임을 만들기도 합니다. AI를 활용한다는 것은 단순히 업무가 줄어든다는 의미가 아니라, AI가 만들어낸 결과를 어떻게 확인하고 어디까지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 기술보다 먼저 고민해야 할 것들 AI를 포렌식 분석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 가능성은 이미 충분히 커졌습니다. 하지만 실무에서 마주하는 질문은 기술적인 질문만이 아닙니다. 이 데이터를 AI에게 보여줘도 되는가. 그 안에 포함된 제3자의 정보는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고객사의 동의만으로 충분한가. AI가 만든 결과를 어디까지 참고할 것인가. 그 결과가 틀렸을 때 누가 책임질 것인가. 분석가는 그 판단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들은 단순히 도구를 잘 다루는 문제와는 다릅니다. 포렌식 분석가가 다루는 데이터의 특성과, 분석 결과가 가지는 무게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는 AI 시대의 포렌식 분석가에게 필요한 고민은 “AI를 사용할 수 있는가”보다 “AI를 어디까지 사용해도 되는가”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AI는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분석가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하더라도, 분석가의 옆에서 많은 일을 도울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침해사고 포렌식 실무에서는 기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사고 데이터의 민감성, 제3자 정보의 보호, 분석 결과의 신뢰성, 설명 가능성, 그리고 책임의 문제입니다. 이 문제들을 충분히 고민하지 않은 채 AI 활용만 앞세운다면, 분석 효율을 높이려다 오히려 또 다른 위험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AI를 무조건 배제하는 것도, 무작정 도입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포렌식 실무의 특성을 이해한 상태에서, 어떤 데이터는 절대 입력하지 않아야 하고, 어떤 작업은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AI가 만든 결과는 어떤 방식으로 검증해야 하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기준이 필요합니다. AI는 준비됐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포렌식 실무는 아직 더 많은 질문 앞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AI 시대의 포렌식 분석가는 어디까지 AI를 활용해야 할까요. 그리고 어디까지 선을 그어야 할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